“소재와 기능, 협업의 경계를 뛰어넘을 때에 우리가 만나는 수많은 취향들”
기존 ‘JC시리즈’ 가구의 일부를 재생플라스틱 판재로 치환했다. 그렇게 선택한 이유가 있나.
늘 다양한 소재에 궁금증이 있다. 산업디자이너로서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 접점을 찾다 보면 소재를 선택하는 데 한계를 느낀다. 재생플라스틱 역시 강도만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실험해보고 싶었다. 다만 시간을 들여 이 소재를 연구하고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기엔 부담이 있었고, 마침 ‘JC시리즈’의 방향성과 맞아떨어진다는 느낌이었다. ‘JC시리즈’ 모티프가 하나의 가구 안에서도 부품을 교체함으로써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데에 있다. 대다수가 좋아하는 가구의 무드에서 조금의 의외성을 주는 포인트를 만들어내길 좋아한다. 재생플라스틱을 접목했을 때도 색다른 감성을 연출하리라 판단했다.
디자인에서부터 다른 소재와의 결합을 염두에 두었다고 해도 한번도 다뤄보지 않은 소재였을텐데, 가공하는 데에 어려움은 없었나.
처음 가구를 디자인할 때부터 제작 공정상 큰 부담 없이 다양한 재료를 써볼 수 있는 방향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새로운 소재라 해서 제작 공정이 달라진 건 없었다. 마감을 조금 더 꼼꼼하게 본 것 말고는 판재를 자르고 볼트 조립하는 공정이 거의 같았다.
소재의 물성이나 공정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가능한 디자인으로 들린다. 제품뿐만 아니라 ‘SK 에피소드’와 같은 임대주택 프로젝트에도 다수 참여했다. 공간 디자인에 있어 염두하는 점은 무엇이 다른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면서 시각적으로도 매력 있어야 한다. 또 적은 비용으로도 어느 정도의 퀄리티 컨트롤이 가능하고, 개인의 자율성에 따라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려고 한다. 대부분 오피스텔 내부가 모든 물건을 보이지 않도록 수납하게끔 디자인되는데, 어떤 지점에선 취향을 차단시키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오히려 붙박이를 쓰지 않고, 과감히 수납 공간을 오픈한다든가 이케아와 파트너쉽을 맺어 이케아 부품, 가구를 활용해 공간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처음에 공간의 큰 틀만 잡아주면 이케아 제품이 저렴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이후에도 취향에 따라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폭이 넓다. 가구 역시 사용자의 목적이나 생활습관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되는 모습을 염두한다. 기능은 없고 감성만 있으면 사용자에게 욕먹는다. 기능이 충족된 이후에 감성도 남아 있어야 한다.
제품과 공간을 디자인할 때, 항상 개인의 취향을 표현할 수 있는 여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고민했던 건 아니다. 경험이 쌓이는 동안 내가 하고 싶은 게 뭘까 고민해왔다. 늘 공급자와 수요자의 요구 사이에서 균형감이 필요할텐데, 나는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때로는 산업디자이너가 불공평한 직업같다고 느낀다. 젊은 사람부터 시골에 사는 할머니까지 쉽게 쓸 수 있는 물건을 만들어야 할 때도 있고, 대다수를 만족시키는 동시에 새로워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때보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취향을 향유하는 시대인데, 대량 생산 베이스에서는 취향을 존중할 수 있는 방법이 굉장히 제한적이다. 산업디자인이 요구하는 합리성을 충족하는 선 안에서 개인이 취향에 따라 놀 수 있는 여백을 남겨두고 싶다는 게 지향하는 지점이다.
분야를 불문하고 디자인을 전개해왔는데, 산업디자인 현장에서 친환경 또는 지속가능성 이슈를 다루는 온도는 어떤지 궁금하다.
그간 내가 만난 프로젝트의 특성때문인지, 혹은 나의 문제인지는 몰라도 아직까지 그와 관련한 가이드가 뚜렷하다고 느낀 적이 많지는 않다. 업계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맞지만 여전히 산업디자인과 친환경 이슈가 분리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몇 차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친환경적인 소재를 검토해본 적은 있지만, 대량 생산으로 이어지기엔 투자 비용이 어마어마해서 아직까지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느껴졌다.
산업디자이너로서 소재 선택에 종종 한계를 느낀다고 했는데, 이번에 사용한 재생플라스틱 판재는 앞으로 새로운 선택지가 될 가능성이 있나.
우리가 디자인하는 가구는 마치 건축물처럼 구조로서 조형미를 보여주기 때문에 이번에는 판재를 커팅하는 가공만 거쳤지만, 다른 2차 가공도 가능하다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 않겠나. 다만 대량 생산이 필요한 제품은 일관성 있는 퀄리티가 보장되어야 하는데, 소재의 무늬가 조금씩 다르다는 걸 이야기로 잘 풀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원목가구만 해도 소비자에 따라 나무 결이 조금 다른 것에도 민감하니까. 어쨌든 이번 기회는 JC시리즈 취지를 충족할 수 있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재생플라스틱 역시 사용자가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는 선택지 중에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최중호스튜디오 JOONGHO CHOI joonghochoi.com @JOONGHO CHOI
2008년부터 시작된 최중호스튜디오는 대한민국 서울에 위치한 다분야 디자인스튜디오이다.
“소재와 기능, 협업의 경계를 뛰어넘을 때에 우리가 만나는 수많은 취향들”
기존 ‘JC시리즈’ 가구의 일부를 재생플라스틱 판재로 치환했다. 그렇게 선택한 이유가 있나.
늘 다양한 소재에 궁금증이 있다. 산업디자이너로서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 접점을 찾다 보면 소재를 선택하는 데 한계를 느낀다. 재생플라스틱 역시 강도만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실험해보고 싶었다. 다만 시간을 들여 이 소재를 연구하고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기엔 부담이 있었고, 마침 ‘JC시리즈’의 방향성과 맞아떨어진다는 느낌이었다. ‘JC시리즈’ 모티프가 하나의 가구 안에서도 부품을 교체함으로써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데에 있다. 대다수가 좋아하는 가구의 무드에서 조금의 의외성을 주는 포인트를 만들어내길 좋아한다. 재생플라스틱을 접목했을 때도 색다른 감성을 연출하리라 판단했다.
디자인에서부터 다른 소재와의 결합을 염두에 두었다고 해도 한번도 다뤄보지 않은 소재였을텐데, 가공하는 데에 어려움은 없었나.
처음 가구를 디자인할 때부터 제작 공정상 큰 부담 없이 다양한 재료를 써볼 수 있는 방향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새로운 소재라 해서 제작 공정이 달라진 건 없었다. 마감을 조금 더 꼼꼼하게 본 것 말고는 판재를 자르고 볼트 조립하는 공정이 거의 같았다.
소재의 물성이나 공정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가능한 디자인으로 들린다. 제품뿐만 아니라 ‘SK 에피소드’와 같은 임대주택 프로젝트에도 다수 참여했다. 공간 디자인에 있어 염두하는 점은 무엇이 다른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면서 시각적으로도 매력 있어야 한다. 또 적은 비용으로도 어느 정도의 퀄리티 컨트롤이 가능하고, 개인의 자율성에 따라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려고 한다. 대부분 오피스텔 내부가 모든 물건을 보이지 않도록 수납하게끔 디자인되는데, 어떤 지점에선 취향을 차단시키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오히려 붙박이를 쓰지 않고, 과감히 수납 공간을 오픈한다든가 이케아와 파트너쉽을 맺어 이케아 부품, 가구를 활용해 공간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처음에 공간의 큰 틀만 잡아주면 이케아 제품이 저렴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이후에도 취향에 따라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폭이 넓다. 가구 역시 사용자의 목적이나 생활습관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되는 모습을 염두한다. 기능은 없고 감성만 있으면 사용자에게 욕먹는다. 기능이 충족된 이후에 감성도 남아 있어야 한다.
제품과 공간을 디자인할 때, 항상 개인의 취향을 표현할 수 있는 여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고민했던 건 아니다. 경험이 쌓이는 동안 내가 하고 싶은 게 뭘까 고민해왔다. 늘 공급자와 수요자의 요구 사이에서 균형감이 필요할텐데, 나는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때로는 산업디자이너가 불공평한 직업같다고 느낀다. 젊은 사람부터 시골에 사는 할머니까지 쉽게 쓸 수 있는 물건을 만들어야 할 때도 있고, 대다수를 만족시키는 동시에 새로워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때보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취향을 향유하는 시대인데, 대량 생산 베이스에서는 취향을 존중할 수 있는 방법이 굉장히 제한적이다. 산업디자인이 요구하는 합리성을 충족하는 선 안에서 개인이 취향에 따라 놀 수 있는 여백을 남겨두고 싶다는 게 지향하는 지점이다.
분야를 불문하고 디자인을 전개해왔는데, 산업디자인 현장에서 친환경 또는 지속가능성 이슈를 다루는 온도는 어떤지 궁금하다.
그간 내가 만난 프로젝트의 특성때문인지, 혹은 나의 문제인지는 몰라도 아직까지 그와 관련한 가이드가 뚜렷하다고 느낀 적이 많지는 않다. 업계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맞지만 여전히 산업디자인과 친환경 이슈가 분리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몇 차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친환경적인 소재를 검토해본 적은 있지만, 대량 생산으로 이어지기엔 투자 비용이 어마어마해서 아직까지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느껴졌다.
산업디자이너로서 소재 선택에 종종 한계를 느낀다고 했는데, 이번에 사용한 재생플라스틱 판재는 앞으로 새로운 선택지가 될 가능성이 있나.
우리가 디자인하는 가구는 마치 건축물처럼 구조로서 조형미를 보여주기 때문에 이번에는 판재를 커팅하는 가공만 거쳤지만, 다른 2차 가공도 가능하다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 않겠나. 다만 대량 생산이 필요한 제품은 일관성 있는 퀄리티가 보장되어야 하는데, 소재의 무늬가 조금씩 다르다는 걸 이야기로 잘 풀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원목가구만 해도 소비자에 따라 나무 결이 조금 다른 것에도 민감하니까. 어쨌든 이번 기회는 JC시리즈 취지를 충족할 수 있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재생플라스틱 역시 사용자가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는 선택지 중에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최중호스튜디오 JOONGHO CHOI joonghochoi.com @JOONGHO CHOI
2008년부터 시작된 최중호스튜디오는 대한민국 서울에 위치한 다분야 디자인스튜디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