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을 시도한다는 마음으로”
우윳빛이 도는 판재를 요청해서 의외라 생각했다. 평소 소목장세미를 떠올리면 선명하고 과감한 색을 잘 살리는 브랜드라는 느낌이 있었으니까.
그건 DJ 이미지를 떠올린 게 아닐까. 생각보다 내 자아가 잘 분리되어 있다. 우윳빛 색을 요청한 건 소목장 세미에겐 자연스러운 일이다. DJ할 때는 화려한 모드라면 소목장세미는 보다 나무의 결을 잘 살려주는 걸 고민한다. 나무의 색과 대비가 강렬한 것도 예쁘긴 했을 거다. 하지만 내가 쓰는 나무와 가장 잘 어울리는 색을 골랐다. 이 판재의 무늬가 강렬하기 때문에 트레이처럼 디자인이 단순하지 않으면 형태가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이번에 작업한 제품은 뾰족뾰족 각이 서는 형태라 강렬한 색은 어울리지 않았을 거다.
나무도 종류가 굉장히 많다. 그중에서도 자주 이용하는 수종이 있나.
최근엔 너도밤나무를 많이 쓴다. 보통 가구에서 많이 쓰이는 수종이 호두나무, 물푸레나무다. 초반엔 나도 많이 썼는데 지겨워지기도 했고, 우리나라에서 잘 자라는 나무를 이용해보면 어떨까 고민하다 너도밤나무를 발견했다. 색이 너무 하얗지도, 너무 누렇지도 않고 경도도 단단한 편이라 요즘 자주 쓴다. 너도밤나무가 시중에서 잘 쓰이는 나무는 아닌 것 같은데,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주로 쓰는 재료와 비교했을 때, 재생플라스틱 판재와 다른 점은 어떤 건가.
유연하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두께가 있는 플라스틱은 보통 딱딱하지 않나. 판재를 받기전에는 나무보다 더 딱딱할까봐 걱정했다. 내가 갖고 있는 장비는 소프트우드용이라서 가공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오히려 나무보다도 연해서 의외였다.
재생플라스틱 판재를 이용해서 제품을 만들 때엔 어떤 공정을 선택했나.
이전엔 해보지 않았던 장르를 만들어보고 싶어서 처음엔 스케치도 여럿 그렸다. 그런데 판재를 받아보니 내가 물성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새로운 걸 시도한다는 게 쉽지 않겠더라. 얇은 판재는 휨이 심해서 가공할 때도 계획에서 엇나가기 쉽겠고. 나무가 숨을 쉬는 재료다보니 정밀도가 좋은 편이 아닌데 그보다도 정밀한 작업이 어렵겠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공정을 선택할 때 가격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 이 재료의 단가와 나의 공임비 하나하나 따져 제품가를 정하면 하나당 20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이 되는 건데 그 가격에 사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인건비를 최소화하는 게 맞겠다 싶어서 이전에 작업했던 제품을 소비자가 직접 조립하는 버전으로 만들어봤다. 조립하지 않은 제품을 발송하기가 훨씬 편하기도 하고.
처음 시도하는 소재니 만큼 재생플라스틱 판재를 실험적으로 다루어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을텐데, 판매가나 발송까지 고민하며 현실적으로 접근한 이유가 궁금하다.
애당초 이 기획의 이유 중 하나가 재생플라스틱 판재를 상용화하는 것이라고 이해했다. 그렇다면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비용이라는 걸 당연히 고려해야 하지 않나.
맞다. 소재 상용화에 있어서는 비즈니스 포인트를 고려할 수 밖에 없다. 소목장세미는 이 제품을 판매할 때 무엇에 초점을 맞춰 소개하고 싶나.
일단 소재에 대한 설명. 소비자들도 그걸 제일 궁금해할 거다. 그리고 그간 내가 작업해온 맥락 안에서도 의미를 설명하고 싶다. 나는 음악과 친분이 많은 목수다. 디제이라는 직업을 갖고 있고, 나의 목공 작업엔 노동요가 빠질 수 없다. 사운드 시스템이나 스피커, LP랙 같은 관련 용품들도 많이 작업해왔다. 인터넷이 생길 즈음에 사람들은 아날로그는 죽었다 했지만, 다시 레트로 붐이 일었지 않나. LP나 레트로 무드를 유희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잊혀져 가는 옛날 방식의 무언가들이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걸 경험했다. 그속에서 나의 역할은 옛날 방식을 잘 보관하는것 혹은 어떻게든 이어나가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재생플라스틱 판재를 보자마자 새로운 소재를 이용해서 아날로그적인 물건을 만들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여기까지 소비자에게 얘기하고 싶은데 들어줄지 모르겠다. ‘그래서 얼마라고요? ’물으면 끝난다. 끝까지 다 들으면 살 것 같은데.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하고 그 방식을 지속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겐 분명 의미있는 물건이 될 거다. 나무를 직업으로 선택한 이유도 방금 얘기와 이어지나.
지구상의 여러 재료 중에 만지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다르게 만드는 힘을 가진 재료가 나무라 생각한다. 이건 그냥 느낌적인 거다. 어떤 과학적인 논거가 있을지는 나도 모르겠다. 이 물성을 다루면서 감성적으로 풍만해지는 걸 느낀다. 목공을 시작하기 전과 후의 내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으니까. 나무를 가까이함으로써 얻는 기운이 분명 있는 것 같다. 무슨 미신처럼 들리겠지만.
또 한가지 나무를 다루는 일이 직업이 된 이유는 난이도가 딱 중간이기 때문이다. 돌, 유리, 플라스틱, 아크릴 등 그 많은 재료들 중에 너무 강하지도 그렇다고 무언가를 짓기에 너무 무르지도 않은 재료다. 비교적 시작하기가 쉽고 내가 무언가를 만들어냈다는 생산성, 뿌듯함도 크다.
나무가 주는 감성을 좋아하는 작업자인데, 재생플라스틱 판재를 다음에도 써볼 의향이 생겼을지 궁금하다.
가구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일도 많이 하는데, 인테리어엔 나무만 쓸 수 없다. 인간의 감각과 필요를 충족시키려면 다양한 소재들이 필요하다. 인테리어 일을 하면서 다양한 소재를 공부했고 언제든 새로운 재료를 시도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실은 이 프로젝트 전부터 재생플라스틱도 한번 다루고 싶었다. 새로운 물성을 가진 소재이면서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했다는 의미가 큰데 안 써볼 이유가 없지 않나. 다만, ‘휨’이 관건일 것 같다. 재생플라스틱 판재가 경화되는 과정에서 휨이 생기는 거라면 금형에서 빼자마자 판재 앞뒤로 필름을 붙인다면 좀 덜 휘지 않을까. 나무도 습도따라 수축이 발생하기 때문에 비슷한 처리를 한다.
고려해볼 만 한 방법이겠다. 상용화에 앞서 운반이나 보관 시 유의점들도 계속 연구할 필요가 있다. 아날로그적 방식과 물건을 이어나가본다는 개인적인 맥락 이외에도 이번 작업에 다른 의미가 있나.
노력을 시도한다. 그냥 노력한다도 아니다. 노력한다고 말하기엔 부담스럽다. 나무를 사용한다는 것 자체에 많은 모순을 느낀다. 특히 전시 작업에 참여할 때마다 기분이 안 좋다. 만드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오염이 많은데, 전시 기간이 끝나면 버려지는 것들이 너무 많다. 그렇다고 이게 나의 업인데 당장 모든 걸 중단할 수도 없고. 어제도 기사를 읽는데, 암담하더라. 지구 수명이 20년 밖에 안 남았다는데 난 뭘 해야 되나. 비관적이지만 또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야하지 않겠나. 말이 이상하지만 노력을 시도한다고 표현한다.
환경, 지속가능성을 얘기할 때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드물다. 모두가 획기적인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생활 안에서 ‘노력의 시도’가 계속 이어지는 게 중요하지 않겠나.
10년 전에 소목장세미를 시작하면서 어떤 가구 디자인을 할 건가 물으면 가구 장식을 최소화하자, 자재를 다 쓸 수 있는 방법을 항상 고민하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초기 작품은 거의 직선과 직각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최소한의 양만 쓰는 것도 내겐 중요하다. 가구의 목적에 부합하는 만큼의 두께, 무게, 딱 그만큼의 자재만 쓰는 거다.
평소 작업하면서 환경 이슈나 소재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는 것 같다.
오랫동안 MDF합판이라고 하면 쓰레기로 만든 싼 자재, 몸에 안 좋은 본드를 쓰는 자재라고 인식이 안 좋았다. 그런데 MDF합판이 생겨난 이유는 톱밥쓰레기를 해결하기 위한 데 있었다. 원목을 다루면서 나오는 톱밥 쓰레기 양이 워낙 많으니까 본드를 붇고 얇은 판재로 굳힐 생각을 한 거다. 최근엔 환경과 인간에게 무해한지를 따지는 MDF합판도 있다. 그 정도 획기적인 발명은 아니더라도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무언가 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한다. 디자인으로든 기획으로든, 혹은 음악을 트는 것으로든.
소목장 세미 Smallstudiosemi smallstudiosemi.com @smallstudiosemi
주로 가구 제작, 인테리어, 작품 등을 만드는 가구 브랜드이다.
“노력을 시도한다는 마음으로”
우윳빛이 도는 판재를 요청해서 의외라 생각했다. 평소 소목장세미를 떠올리면 선명하고 과감한 색을 잘 살리는 브랜드라는 느낌이 있었으니까.
그건 DJ 이미지를 떠올린 게 아닐까. 생각보다 내 자아가 잘 분리되어 있다. 우윳빛 색을 요청한 건 소목장 세미에겐 자연스러운 일이다. DJ할 때는 화려한 모드라면 소목장세미는 보다 나무의 결을 잘 살려주는 걸 고민한다. 나무의 색과 대비가 강렬한 것도 예쁘긴 했을 거다. 하지만 내가 쓰는 나무와 가장 잘 어울리는 색을 골랐다. 이 판재의 무늬가 강렬하기 때문에 트레이처럼 디자인이 단순하지 않으면 형태가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이번에 작업한 제품은 뾰족뾰족 각이 서는 형태라 강렬한 색은 어울리지 않았을 거다.
나무도 종류가 굉장히 많다. 그중에서도 자주 이용하는 수종이 있나.
최근엔 너도밤나무를 많이 쓴다. 보통 가구에서 많이 쓰이는 수종이 호두나무, 물푸레나무다. 초반엔 나도 많이 썼는데 지겨워지기도 했고, 우리나라에서 잘 자라는 나무를 이용해보면 어떨까 고민하다 너도밤나무를 발견했다. 색이 너무 하얗지도, 너무 누렇지도 않고 경도도 단단한 편이라 요즘 자주 쓴다. 너도밤나무가 시중에서 잘 쓰이는 나무는 아닌 것 같은데,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주로 쓰는 재료와 비교했을 때, 재생플라스틱 판재와 다른 점은 어떤 건가.
유연하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두께가 있는 플라스틱은 보통 딱딱하지 않나. 판재를 받기전에는 나무보다 더 딱딱할까봐 걱정했다. 내가 갖고 있는 장비는 소프트우드용이라서 가공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오히려 나무보다도 연해서 의외였다.
재생플라스틱 판재를 이용해서 제품을 만들 때엔 어떤 공정을 선택했나.
이전엔 해보지 않았던 장르를 만들어보고 싶어서 처음엔 스케치도 여럿 그렸다. 그런데 판재를 받아보니 내가 물성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새로운 걸 시도한다는 게 쉽지 않겠더라. 얇은 판재는 휨이 심해서 가공할 때도 계획에서 엇나가기 쉽겠고. 나무가 숨을 쉬는 재료다보니 정밀도가 좋은 편이 아닌데 그보다도 정밀한 작업이 어렵겠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공정을 선택할 때 가격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 이 재료의 단가와 나의 공임비 하나하나 따져 제품가를 정하면 하나당 20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이 되는 건데 그 가격에 사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인건비를 최소화하는 게 맞겠다 싶어서 이전에 작업했던 제품을 소비자가 직접 조립하는 버전으로 만들어봤다. 조립하지 않은 제품을 발송하기가 훨씬 편하기도 하고.
처음 시도하는 소재니 만큼 재생플라스틱 판재를 실험적으로 다루어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을텐데, 판매가나 발송까지 고민하며 현실적으로 접근한 이유가 궁금하다.
애당초 이 기획의 이유 중 하나가 재생플라스틱 판재를 상용화하는 것이라고 이해했다. 그렇다면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비용이라는 걸 당연히 고려해야 하지 않나.
맞다. 소재 상용화에 있어서는 비즈니스 포인트를 고려할 수 밖에 없다. 소목장세미는 이 제품을 판매할 때 무엇에 초점을 맞춰 소개하고 싶나.
일단 소재에 대한 설명. 소비자들도 그걸 제일 궁금해할 거다. 그리고 그간 내가 작업해온 맥락 안에서도 의미를 설명하고 싶다. 나는 음악과 친분이 많은 목수다. 디제이라는 직업을 갖고 있고, 나의 목공 작업엔 노동요가 빠질 수 없다. 사운드 시스템이나 스피커, LP랙 같은 관련 용품들도 많이 작업해왔다. 인터넷이 생길 즈음에 사람들은 아날로그는 죽었다 했지만, 다시 레트로 붐이 일었지 않나. LP나 레트로 무드를 유희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잊혀져 가는 옛날 방식의 무언가들이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걸 경험했다. 그속에서 나의 역할은 옛날 방식을 잘 보관하는것 혹은 어떻게든 이어나가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재생플라스틱 판재를 보자마자 새로운 소재를 이용해서 아날로그적인 물건을 만들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여기까지 소비자에게 얘기하고 싶은데 들어줄지 모르겠다. ‘그래서 얼마라고요? ’물으면 끝난다. 끝까지 다 들으면 살 것 같은데.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하고 그 방식을 지속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겐 분명 의미있는 물건이 될 거다. 나무를 직업으로 선택한 이유도 방금 얘기와 이어지나.
지구상의 여러 재료 중에 만지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다르게 만드는 힘을 가진 재료가 나무라 생각한다. 이건 그냥 느낌적인 거다. 어떤 과학적인 논거가 있을지는 나도 모르겠다. 이 물성을 다루면서 감성적으로 풍만해지는 걸 느낀다. 목공을 시작하기 전과 후의 내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으니까. 나무를 가까이함으로써 얻는 기운이 분명 있는 것 같다. 무슨 미신처럼 들리겠지만.
또 한가지 나무를 다루는 일이 직업이 된 이유는 난이도가 딱 중간이기 때문이다. 돌, 유리, 플라스틱, 아크릴 등 그 많은 재료들 중에 너무 강하지도 그렇다고 무언가를 짓기에 너무 무르지도 않은 재료다. 비교적 시작하기가 쉽고 내가 무언가를 만들어냈다는 생산성, 뿌듯함도 크다.
나무가 주는 감성을 좋아하는 작업자인데, 재생플라스틱 판재를 다음에도 써볼 의향이 생겼을지 궁금하다.
가구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일도 많이 하는데, 인테리어엔 나무만 쓸 수 없다. 인간의 감각과 필요를 충족시키려면 다양한 소재들이 필요하다. 인테리어 일을 하면서 다양한 소재를 공부했고 언제든 새로운 재료를 시도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실은 이 프로젝트 전부터 재생플라스틱도 한번 다루고 싶었다. 새로운 물성을 가진 소재이면서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했다는 의미가 큰데 안 써볼 이유가 없지 않나. 다만, ‘휨’이 관건일 것 같다. 재생플라스틱 판재가 경화되는 과정에서 휨이 생기는 거라면 금형에서 빼자마자 판재 앞뒤로 필름을 붙인다면 좀 덜 휘지 않을까. 나무도 습도따라 수축이 발생하기 때문에 비슷한 처리를 한다.
고려해볼 만 한 방법이겠다. 상용화에 앞서 운반이나 보관 시 유의점들도 계속 연구할 필요가 있다. 아날로그적 방식과 물건을 이어나가본다는 개인적인 맥락 이외에도 이번 작업에 다른 의미가 있나.
노력을 시도한다. 그냥 노력한다도 아니다. 노력한다고 말하기엔 부담스럽다. 나무를 사용한다는 것 자체에 많은 모순을 느낀다. 특히 전시 작업에 참여할 때마다 기분이 안 좋다. 만드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오염이 많은데, 전시 기간이 끝나면 버려지는 것들이 너무 많다. 그렇다고 이게 나의 업인데 당장 모든 걸 중단할 수도 없고. 어제도 기사를 읽는데, 암담하더라. 지구 수명이 20년 밖에 안 남았다는데 난 뭘 해야 되나. 비관적이지만 또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야하지 않겠나. 말이 이상하지만 노력을 시도한다고 표현한다.
환경, 지속가능성을 얘기할 때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드물다. 모두가 획기적인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생활 안에서 ‘노력의 시도’가 계속 이어지는 게 중요하지 않겠나.
10년 전에 소목장세미를 시작하면서 어떤 가구 디자인을 할 건가 물으면 가구 장식을 최소화하자, 자재를 다 쓸 수 있는 방법을 항상 고민하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초기 작품은 거의 직선과 직각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최소한의 양만 쓰는 것도 내겐 중요하다. 가구의 목적에 부합하는 만큼의 두께, 무게, 딱 그만큼의 자재만 쓰는 거다.
평소 작업하면서 환경 이슈나 소재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는 것 같다.
오랫동안 MDF합판이라고 하면 쓰레기로 만든 싼 자재, 몸에 안 좋은 본드를 쓰는 자재라고 인식이 안 좋았다. 그런데 MDF합판이 생겨난 이유는 톱밥쓰레기를 해결하기 위한 데 있었다. 원목을 다루면서 나오는 톱밥 쓰레기 양이 워낙 많으니까 본드를 붇고 얇은 판재로 굳힐 생각을 한 거다. 최근엔 환경과 인간에게 무해한지를 따지는 MDF합판도 있다. 그 정도 획기적인 발명은 아니더라도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무언가 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한다. 디자인으로든 기획으로든, 혹은 음악을 트는 것으로든.
소목장 세미 Smallstudiosemi smallstudiosemi.com @smallstudiosemi
주로 가구 제작, 인테리어, 작품 등을 만드는 가구 브랜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