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것을 찾고 싶은 욕망은 우리를 지속가능하게 한다.”
구오듀오는 평소 사용하는 소재의 폭도 넓고, 소재를 활용하는 방식 또한 색다르다.
각 작업마다, 제품마다 실험적인 요소를 넣으려고 한다. ‘균사체’작업은 재료를 잘 길러내는 과정 자체가 실험적이었고, ‘믹스 시리즈’는 나무를 다룰 수 있는 수많은 방법과는 조금 다르게 체크 패턴을 만들어내는 것이 실험적인 요소였다. 이번에 사용한 재생플라스틱 역시 목공 기계로도 작업할 수 있다고 듣긴 했지만, 정말 가능할지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실험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전에도 재생플라스틱을 알고 있었나.
우연한 계기로 이 소재를 알게 됐을 때부터 꼭 한번 써보고 싶다고 생각해왔다. ‘믹스 시리즈’는 다양한 소재를 색다른 방식으로 접근해보자는 방향성을 갖고 있는데, ‘플라스틱을 써본다면?’ 이라고 얘기가 나왔을 때에 자연스럽게 재생플라스틱을 상상했다. 재료 자체의 색상과 텍스쳐가 굉장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재생플라스틱을 다뤄보면서 시각적인 매력 이외에 다른 소재와 차이점을 발견한 게 있었나.
플라스틱이라고 하면 보통 강도가 있고 가벼운 소재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재생플라스틱 판재는 생각보다 무른 소재라 다루는 데 까다로움이 있었다. 재단을 할 때에도 조금씩 밀리는 부분들을 어떻게 잡아내야 할지 처음엔 난감했다. 다행히 스툴 12개를 만드는 동안 재단이나 조립하는 방식이 차차 정리되면서 ‘다음엔 이렇게 하면 재밌겠는데? 저렇게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향후에 이 소재를 또 써볼 생각이 있냐고 묻는다면, 완전 ‘예스’다. 벌써부터 다음엔 어떤 걸 만들지 상상하는 것이 재밌다.
이전 작업과 비교했을 때, 이번에는 어떤 공정을 사용했나.
특별히 달라진 건 없다. 목공할 때처럼 CNC로 딴 다음, 피스 조립하고 샌딩하고. 그런데 하다가 욕심이 생겨서 우리가 알고 있던 목공 기법까지 그대로 활용해봤다. 나무로 짜는 가구에 못 대신 목심을 만들어 쓰듯, 남은 판재 자투리로 부품을 만들어 피스 대신 조립했다. 우리는 이걸 플(라스틱)심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모든 면을 다 하기엔 시간이 부족해서 윗면에만 플심을 박아보니 특유의 무늬 때문에 독특하면서도 깔끔하게 어우러지더라.
재생플라스틱을 앞으로도 써보고 싶다고 했는데, 어떤 기대를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판재 단면 두께 차이가 조금 있던데, 두께가 일정하게 나온다면 재단이나 조립을 할 때도 훨씬 용이할 것 같다. 판재 생산 과정에서 열로 인해 생기는 무늬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은 우리에겐 오히려 장점으로 다가왔다. 나무도 마찬가지지 않나. 나무도 대패질을 해봐야지만 안이 어떤 무늬로 이루어졌는지 정확히 알 수 있는 것처럼 재생플라스틱도 생산되는 과정 속에서 생겨나는 우연성을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특성으로 본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플라스틱이라고 하면 금형을 제작해야 하고, 프레스 같은 대형 장비도 있어야 가공이 가능하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가진 목공 기계들로도 충분히 작업할 수 있다는 점이 재밌었다. 재단도 생각보다 쉬웠고, 샌딩도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앞으로 상용화가 잘 돼서 우리가 재료로 나무를 고르듯이 재생플라스틱 판재를 고를 수 있으면 좋겠다. 쓰는 사람이 많아지면 나무만 다루던 가공 업체 사장님들도 이 소재가 그렇게 위험 부담이 있는 소재가 아니라는 걸 알아주시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디자이너도 소재에 대한 상상의 폭이 넓어질 거다.
앞서 말한 플(라스틱)심 같은 디테일은 말하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칠 뻔 했다. 이 디테일의 매력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차려주면 좋겠는데, 작가 본인은 12개의 스툴을 소개할 때 무엇에 중점을 두고 싶나.
재생플라스틱에 어떤 색상들이 있고, 또 어떻게 다양하게 퍼져나갈 수 있는지를 최대한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12개의 스툴을 자유롭게 배치함에 따라 벤치뿐만 아니라 선반으로도 사용 가능하다. 이 제품의 컨셉은 재생플라스틱이 다양한 쓰레기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출발했다. 다양한 쓰레기가 모였기 때문에 다양한 색이 나올 수 밖에 없고, 그렇다면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게 자연스럽다고 느꼈다. 재생플라스틱이 만들어지고 제품으로 탄생하기까지 하나의 맥락으로 느껴주시면 좋겠다.
제품의 이름은 정했나.
‘믹스 플라스틱’. 단순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기존의 우리가 해온 작업의 맥락 안에 있다. 물성에 따라 작업 방식을 달리하는 것이 우리가 실험하는 방식이다. 재료와 공법을 합성하는 작업이 상징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름에도 드러내는 것이다.
구오듀오의 다른 인터뷰들을 찾아보니,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도 많은 것으로 보였다. 구오듀오가 생각하는 지속가능성은 어떻게 구현되고있나.
환경과 관련한 의미로만 생각한다기보다는 말 그대로 지속가능한 무언가로 본다. 특정 키워드에 묶이면 재료를 사용하는 방식과 그 결과물이 특정 이야기 속에서만 회자된다. 그건 결국 특수한 동시에 제한적이다. 친환경적인 소재나 재활용 소재를 시도해보는 것 역시 최대한 많은 재료를 접하며 폭을 넓히고 싶은 욕심이다. 우리에게 지속가능성은 그냥 지속가능하게 사는 거다. 다만 우리는 디자이너로서 지속가능하기 위해 새로운 것을 찾고 싶은 욕망을 언제나 환영한다. 그리고 오랫동안 가지고 싶고, 오랫동안 사용하고 싶은 것을 만드는 일 역시 지속가능성이라고 생각한다.
구오듀오 Kuo Duo kuo-duo.com @kuo__duo
가구와 오브제를 바탕으로 제품, 공간 등을 디자인 및 기획한다. 표현 다양성을 넓혀가기 위해 새로운 기법과 재료를 찾고 시도하는 과정을 작업을 통해 풀어나가고 있다.
“새로운 것을 찾고 싶은 욕망은 우리를 지속가능하게 한다.”
구오듀오는 평소 사용하는 소재의 폭도 넓고, 소재를 활용하는 방식 또한 색다르다.
각 작업마다, 제품마다 실험적인 요소를 넣으려고 한다. ‘균사체’작업은 재료를 잘 길러내는 과정 자체가 실험적이었고, ‘믹스 시리즈’는 나무를 다룰 수 있는 수많은 방법과는 조금 다르게 체크 패턴을 만들어내는 것이 실험적인 요소였다. 이번에 사용한 재생플라스틱 역시 목공 기계로도 작업할 수 있다고 듣긴 했지만, 정말 가능할지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실험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전에도 재생플라스틱을 알고 있었나.
우연한 계기로 이 소재를 알게 됐을 때부터 꼭 한번 써보고 싶다고 생각해왔다. ‘믹스 시리즈’는 다양한 소재를 색다른 방식으로 접근해보자는 방향성을 갖고 있는데, ‘플라스틱을 써본다면?’ 이라고 얘기가 나왔을 때에 자연스럽게 재생플라스틱을 상상했다. 재료 자체의 색상과 텍스쳐가 굉장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재생플라스틱을 다뤄보면서 시각적인 매력 이외에 다른 소재와 차이점을 발견한 게 있었나.
플라스틱이라고 하면 보통 강도가 있고 가벼운 소재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재생플라스틱 판재는 생각보다 무른 소재라 다루는 데 까다로움이 있었다. 재단을 할 때에도 조금씩 밀리는 부분들을 어떻게 잡아내야 할지 처음엔 난감했다. 다행히 스툴 12개를 만드는 동안 재단이나 조립하는 방식이 차차 정리되면서 ‘다음엔 이렇게 하면 재밌겠는데? 저렇게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향후에 이 소재를 또 써볼 생각이 있냐고 묻는다면, 완전 ‘예스’다. 벌써부터 다음엔 어떤 걸 만들지 상상하는 것이 재밌다.
이전 작업과 비교했을 때, 이번에는 어떤 공정을 사용했나.
특별히 달라진 건 없다. 목공할 때처럼 CNC로 딴 다음, 피스 조립하고 샌딩하고. 그런데 하다가 욕심이 생겨서 우리가 알고 있던 목공 기법까지 그대로 활용해봤다. 나무로 짜는 가구에 못 대신 목심을 만들어 쓰듯, 남은 판재 자투리로 부품을 만들어 피스 대신 조립했다. 우리는 이걸 플(라스틱)심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모든 면을 다 하기엔 시간이 부족해서 윗면에만 플심을 박아보니 특유의 무늬 때문에 독특하면서도 깔끔하게 어우러지더라.
재생플라스틱을 앞으로도 써보고 싶다고 했는데, 어떤 기대를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판재 단면 두께 차이가 조금 있던데, 두께가 일정하게 나온다면 재단이나 조립을 할 때도 훨씬 용이할 것 같다. 판재 생산 과정에서 열로 인해 생기는 무늬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은 우리에겐 오히려 장점으로 다가왔다. 나무도 마찬가지지 않나. 나무도 대패질을 해봐야지만 안이 어떤 무늬로 이루어졌는지 정확히 알 수 있는 것처럼 재생플라스틱도 생산되는 과정 속에서 생겨나는 우연성을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특성으로 본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플라스틱이라고 하면 금형을 제작해야 하고, 프레스 같은 대형 장비도 있어야 가공이 가능하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가진 목공 기계들로도 충분히 작업할 수 있다는 점이 재밌었다. 재단도 생각보다 쉬웠고, 샌딩도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앞으로 상용화가 잘 돼서 우리가 재료로 나무를 고르듯이 재생플라스틱 판재를 고를 수 있으면 좋겠다. 쓰는 사람이 많아지면 나무만 다루던 가공 업체 사장님들도 이 소재가 그렇게 위험 부담이 있는 소재가 아니라는 걸 알아주시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디자이너도 소재에 대한 상상의 폭이 넓어질 거다.
앞서 말한 플(라스틱)심 같은 디테일은 말하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칠 뻔 했다. 이 디테일의 매력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차려주면 좋겠는데, 작가 본인은 12개의 스툴을 소개할 때 무엇에 중점을 두고 싶나.
재생플라스틱에 어떤 색상들이 있고, 또 어떻게 다양하게 퍼져나갈 수 있는지를 최대한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12개의 스툴을 자유롭게 배치함에 따라 벤치뿐만 아니라 선반으로도 사용 가능하다. 이 제품의 컨셉은 재생플라스틱이 다양한 쓰레기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출발했다. 다양한 쓰레기가 모였기 때문에 다양한 색이 나올 수 밖에 없고, 그렇다면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게 자연스럽다고 느꼈다. 재생플라스틱이 만들어지고 제품으로 탄생하기까지 하나의 맥락으로 느껴주시면 좋겠다.
제품의 이름은 정했나.
‘믹스 플라스틱’. 단순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기존의 우리가 해온 작업의 맥락 안에 있다. 물성에 따라 작업 방식을 달리하는 것이 우리가 실험하는 방식이다. 재료와 공법을 합성하는 작업이 상징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름에도 드러내는 것이다.
구오듀오의 다른 인터뷰들을 찾아보니,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도 많은 것으로 보였다. 구오듀오가 생각하는 지속가능성은 어떻게 구현되고있나.
환경과 관련한 의미로만 생각한다기보다는 말 그대로 지속가능한 무언가로 본다. 특정 키워드에 묶이면 재료를 사용하는 방식과 그 결과물이 특정 이야기 속에서만 회자된다. 그건 결국 특수한 동시에 제한적이다. 친환경적인 소재나 재활용 소재를 시도해보는 것 역시 최대한 많은 재료를 접하며 폭을 넓히고 싶은 욕심이다. 우리에게 지속가능성은 그냥 지속가능하게 사는 거다. 다만 우리는 디자이너로서 지속가능하기 위해 새로운 것을 찾고 싶은 욕망을 언제나 환영한다. 그리고 오랫동안 가지고 싶고, 오랫동안 사용하고 싶은 것을 만드는 일 역시 지속가능성이라고 생각한다.
구오듀오 Kuo Duo kuo-duo.com @kuo__duo
가구와 오브제를 바탕으로 제품, 공간 등을 디자인 및 기획한다. 표현 다양성을 넓혀가기 위해 새로운 기법과 재료를 찾고 시도하는 과정을 작업을 통해 풀어나가고 있다.